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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명인] 훔칠 수 없는 손맛, 김치명인 1호 김순자 명장 - 한겨레

[장인명인] 훔칠 수 없는 손맛, 김치명인 1호 김순자 명장 - 한겨레

잘 절인 배추 쭉 찢어 시원매콤한 소 넣어 돌돌 말아 한입에 쏙! 다가온 김장철을 맞아 내 가족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진짜 김치’를 만드는 김순자 명장을 만났다.
한성식품 김순자 명장.명인
한성식품 김순자 명장.명인
이름 김순자 소속 (주)한성식품 회장 수상 2007년 제29호 대한민국 식품명인, 2008년 대한민국 기능한국인, 2012년 제539호 대한민국 식품명장, 2017년 금탑산업훈장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김치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 Q. 명장님은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시죠. 한 분야의 명인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이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김순자 명장·명인 (이하 김 명장·명인) 피땀 흘려 얻어낸 투혼의 역사입니다.(웃음) 그 어떤 훈장보다 가슴 떨렸던 1 호 타이틀이고요. 처음 대한민국식품명인법이 제정됐을 때, 김치 분야는 전통식품명인으로 인정되지 않았어요. 전통주와 한과를 만드는 분들은 전통식품명인이 될 수 있는데, 김치는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담가 먹기 때문에 식품명인으로서의 자격부여가 어렵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을 쫓아다니면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종횡무진 애를 썼답니다. 대한민국 전통식품인 김치를 열성을 갖고 국내외로 홍보하며 1800년 전부터 내려오던 ‘100년 포기김치’를 계승, 전수받아 그 가치를 선보여 대한민국식품명인 제29호가 될 수 있었어요. 마침내 2012년에는 식품명장 539호로 선정됐고요. Q. 이토록 김치에 빠질 수 있었던 매력, 대체 무엇인가요? 김 명장·명인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자주 아팠어요. 종종 알레르기 때문에 피고름에 진물까지 났고, 고통에 기절하기 일쑤였죠. 그런데 내가 이상하게 김치를 먹은 날은 덜 힘들어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날 위해 짜지 않고, 맵지 않은 김치를 따로 담가줬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김치 맛에 눈을 떴죠. 맛있는 김치는 왜 맛있는지 물어보고, 맛이 없는 김치는 왜 맛이 없는지 꼬치꼬치 캐묻고요. Q. 어릴 때부터 김치 맛을 감수하는 연구원이셨던 거네요.(웃음) 김 명장·명인 맞아요. 어려서부터 김치를 좋아했고 김치 맛을 감별할 수 있을 정도였죠. 어느 누구보다 김치에 대해 잘 알다 보니 세상사람 모두가 우리 엄마 김치 같은 걸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김치 공장을 차리겠다고 선언했죠.(웃음) 식품 공장을 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허가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요! 다행히 겨우겨우 귀인을 만나 사용하지 않는 공장을 인수했고, 물어물어 허가를 낸 것이 ‘한성식품’의 시작입니다.
한성식품의 간판 제품인 전통 포기 김치
한성식품의 간판 제품인 전통 포기 김치
Q. 34년 전통 기업의 시작이 ‘맨땅에 헤딩’이었다니! 명장님 김치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김 명장·명인 모든 재료가 100퍼센트 국산이에요. 풀도 육수도 직접 쑤고, 젓갈도 직접 달여 만들죠. 배즙, 무즙, 양파즙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하니 맛이 신선하죠? 그래서 익을수록 맛있고, 익어도 김치가 무르질 않아요. 군내도 안 나고요. 우리 김치는 세 번만 먹으면 중독된답니다.(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비법은 내 ‘손 끝 맛’이에요. 다른 회사가 우리 김치의 레시피를 훔쳐갈 수 없는 이유죠. 김치 연구소를 차린 것도 우리 김치의 맛에 과학적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서였어요. 염분, 당도, 유산균을 증대하는 방법, 안전성과 청결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 고객이 안심하고 우리 김치를 즐겼으면 하니까요. Q. 그러고 보면 미역이나 망고스틴, 동충하초까지 보통 김치에서 볼 수 없는 재료를 사용한 특허 김치가 많던데요. 이런 김치를 개발하는 아이디어나 과정을 간단히 알려주세요. 김 명장·명인 왜 김치는 빨갛고, 맵고 짜야만 할까요? 재료를 바꾸면 활짝 핀 노란 개나리의 발랄한 색감, 진달래와 연산홍의 분홍빛과 보랏빛의 고급스러운 세련됨을 갖출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특허 기록을 뒤져가며 아직 특허를 내지 않은 것들은 무엇일까, 외국인이 좋아할만한 건 무엇일까 고민해가며 하나씩 개발해나갔죠.
한성식품 김순자 명장과 김경희 전수자.
한성식품 김순자 명장과 김경희 전수자.
Q. 전수자 김경희 님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은 게 많아요. 어떻게 명장님의 뒤를 잇게 되셨나요? 김 명장·명인 원래 모든 명인은 후계자, 전수자가 있어야 해요. 보통 가계를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을 전수자로 지정하곤 하지만, 난 회사 식구가 내 뒤를 이어가길 바랐어요. 나와 30여 년을 함께하고, 영양학을 전공한 직원에게 전수자 자리를 물려줬죠. Q. 혈육이 아니라고요? 친인척 관계가 아니어도 전수자가 될 수 있군요. 김경희 전수자(이하 김경희) 명인 협회에 등록된 전수자 중 자제나 가계 사람이 아닌 건 아마 저 뿐일 걸요(웃음). 공식적으로 식품명인전수자가 되려면 농림축산식품부에 지정 신고를 해야 하는데요, 그땐 명장님께 정말 감사하면서도 큰 무게감을 느꼈어요. Q. 30년이나 명장님과 함께하셨군요. 어떤 걸 전수받고 있나요? 김경희 전수자로 지정되기 전부터 업무를 배워왔어요. 김치를 담그는 이론과 방법부터 재료 구입, 행정적인 부분까지 어깨너머로 익혀왔죠. 예를 들어 같은 김치를 담그는 데에도 계절에 따라 레시피가 달라진다는 것을 아시나요? 배추에 수분 함량이 많은 여름에는 절이는 시간과 양념을 달리해야 해요. 이렇듯 재료를 정확하게 계량하고 매뉴얼로 만들어 김치를 ‘표준화’하는 데에 힘쓰는 명장님 곁에서 늘 작은 부분 하나까지 메모하며 공부하고 있답니다. Q. 김치의 발전에 관해 명장님과 전수자님의 시각이 다른 점도 있나요? 김경희 명장님의 가치관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점은 없습니다. 명장님은 김치 사업만이 아니라 전승 활동을 중요시하기에 저도 국내외 홍보 활동을 보필하고 있고요. Q. 요즘은 김치를 못 먹거나 안 먹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젊은 세대에게 김치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있을까요? 김 명장·명인 이제는 김치를 담가 먹지 않고 사 먹는 시대가 됐죠. 젊은이들이 문화로라도 김치를 즐기길 바라요. 정말 제대로 만드는 김치를 꼭 체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김경희 ‘쿡방’이나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셰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조리과를 전공하는 친구들도 많아졌지만 한식 전문 요리사는 딱 떠오르지 않죠? 그래서 셰프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치를 홍보하고 전승 활동을 알리는 이벤트와 행사를 많이 개최하려고 해요. 명장님이 늘 말씀하시는 것처럼 맛있는 김치를 먹여야지, 맵고 맛없는 것을 먹이면 안 되잖아요.(웃음) Q. 자타공인 ‘김치 전도사’이신데 명장님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김 명장·명인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프랑스 파리에 있는 요리, 제빵제과 및 와인 전문학교)’처럼 이 과정을 수료하면 세계적으로 김치 전문가임을 인정받고, 식당에서 최고의 셰프로 대우받을 수 있는 ‘김치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김치를 분야별로 공부할 수 있는 ‘김치 전문가 과정’을 설립하는 것이 꿈입니다. 청소년 친구들도 김치에 자부심이 있다면 원재료까지 우리나라 것인 ‘국산 김치’를 주장할 수 있길 바라요. 글 전정아 · 사진 권지영 전정아 MODU 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2019-11-04 07:54:5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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