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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홀 연장 치르듯 집중"...여자 골프 120홀 노보기 홍정민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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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은 점프투어에서 4경기만에 3승을 거두고 드림투어로 진출한다. 김성룡 기자

홍정민은 점프투어에서 4경기만에 3승을 거두고 드림투어로 진출한다. 김성룡 기자

서울 송파구 거여동 실내 골프 연습장에서 여섯 살짜리 꼬마가 하루 공 10박스씩을 쳤다. 이 동네 골프 치는 사람들 사이의 화제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점프 투어(3부투어)에서 데뷔하자마자 2-1-1-1등을 하고 120홀 연속 노보기 기록 세운 대형 유망주 홍정민(18)의 어릴 적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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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은 “그때는 공 띄우는 게 재밌었고, 무엇보다 어른들로부터 공 잘 친다는 칭찬을 듣는 게 좋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선수를 하면 대성하겠다고 권유했다. 
 
그래서 ‘실내 연습장 프로’ 꼬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가봤다. 홍정민은 “다들 잘 친다고 해서 정말 잘하는 줄 알았는데 꼴찌에서 2등이었다”며 웃었다.
 
선수가 되기 위해 칼을 뺐는데, 집안 형편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의 어머니 정용선씨는 “레슨비가 너무 비싸 다른 아이들이 다니는 유명 골프 아카데미에 다닌 적이 없다. 일주일에 세 번만 가는 조건으로 반값에 다닌 적은 있다”고 했다.  
 
홍정민은 이듬해 박세리 배에서 10등을 했다. 큰 발전이었으나 이듬해 더 큰 사고가 났다. 5학년 때인 2013년 아버지가 군포에서 운영하던 의료, 미용 재료 공장에서 불이 났다. 당시 직원들이 회의 때문에 공장 밖에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날 뻔했다. 
 
그의 아버지 홍광택씨는 “모든 걸 잃었다. 그래서 정민이에게 ‘돈 드는 골프를 그만하면 어떻겠냐, 골프에 확고한 신념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형식은 질문이었지만 실제로는 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딸은 일주일간 고민한 뒤 “해 보겠다. 이걸로 꼭 성공하겠다”고 했다.
 
홍정민은 마음이 깊다. 어머니 정 씨는 “‘말투에 사춘기 반항감이 묻어 나온다’는 말을 하자 그다음 날 사춘기가 없어질 정도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이”라고 했다. 어려워진 형편에도 자신의 골프를 후원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많았고 그만큼 더 열심히 훈련했다.
홍정민이 그린 그림 [사진 홍정민]

홍정민이 그린 그림 [사진 홍정민]

 
가장 큰 무기는 아이언이다. 그를 가르치는 골프 마인드 아카데미 임영희 원장은 “여자 선수들 대부분 쓸어치는데 정민이는 공을 찍어 친다. 특히 양잔디에서 더 잘 친다”고 했다. 홍정민은 “특별히 어려운 코스가 아니면 그린 적중률은 90% 정도”라고 했다. 
 
공을 높이 띄우지 않는다. 그는 “스핀양이 다른 선수들보다 많기 때문에 공 세우는 게 어렵지 않다. 높이 쳐서 바람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래 중 가장 장타자다. 지난해 LPGA 투어 초청으로 나간 LPGA 투어 휴젤 LA오픈에서 평균 277야드를 쳤다. 홍정민은 “작년보다 거리가 좀 늘었기 때문에 LPGA에 가서도 거리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정민은 올 초 CJ의 요청으로 KPGA 군산오픈 우승자인 김주형(18)과 함께 라운드했다. CJ에서 후원할만한 선수인지 실력을 보는 일종의 입단 테스트였다. 
 

홍정민이 그린 그림 [사진 홍정민]

홍정민이 그린 그림 [사진 홍정민]

아일랜드 골프장의 챔피언티에서 김주형과 함께 쳤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25m 정도 차이가 났다. 그래도 홍정민은 이븐파를 쳤다. 김주형(69)과는 3타 차였다. 홍정민은 “스폰서를 얻기 위해 초집중하고 있는 힘을 다해 쳤다”고 했다.
 
이 집중력이 홍정민의 장점이다. 그는 “가끔 그림을 그리는데 그럴 때면 완전한 몰입이 된다”고 했다. 공을 칠 때도 그렇다. 
 
그는 “평소에도 매홀 연장전을 치르는 자세로 경기한다. 한 홀을 마치면 가방 싸서 집에 가 푹 쉬고 돌아오는 것처럼 다 잊어버린다. 그러면 버디를 해도 들뜨지 않고, 보기를 해도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정민은 점프 투어 3승 중 2승이 연장 우승이었다. 최저타 기록은 63타(2차례)다. 몰입 속에 경기하니 무너지지 않는다. 최근 3년간 가장 나쁜 타수는 악천후에서 나온 74타다.
 
연습도 집중이다. 홍정민은 “공을 많이 치지는 않는다. 어릴 때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는 친구를 많이 봐서다. 그러나 칠 때 확 집중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정민이 그린 그림 [사진 홍정민]

홍정민이 그린 그림 [사진 홍정민]

홍정민은 3부 투어인 점프 투어를 4경기 만에 졸업했다. 이제 2부 투어인 드림 투어로 간다. 그는 “점프 투어의 성공은 벌써 잊었다.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홍정민은 LPGA 투어에 가 26승 이상을 하는 게 목표다. 25승을 한 전설 박세리를 뛰어넘고 싶어 한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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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5, 2020 at 09:1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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