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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골프 한꺼번에 오케이"…코로나19에 뜨는 '골캉스족'
골프고 치고 싶고, 가족들과 휴가도 가고싶은 여행자 증가
국내 청정 여행지 가운데 골프와 리조트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 각광
강원 속초 델피노, 프라자설악, 석정힐CC, 제주오라, 핀크스CC도 인기
타인과의 접촉 빈도나 시간 적은 나홀로 골프, 노캐디 골프도 상종가

“말도 안되는 호텔값 생각하면 비슷한 가격으로 골프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고 오는 게 훨씬 낫죠.”

서울에 거주하는 38세 직장인 김선균 씨는 최근 친구들과 4인 그룹을 만들어 골프여행상품을 예약했다. 1인당 30만원대인 1박2일 ‘36홀 골프+리조트 패키지’투어다. 그는 “올초까지 1박에 10만원대던 강원도 쪽 호텔 숙박이 코로나19 이후 30만원을 넘어선 게 많다”며 “비슷한 값에 숙박과 36홀 골프 라운드에 아침 식사까지 주는 골프 패키지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요즘 골퍼들 사이에 핫 트렌드로 떠오른 ‘골캉스족’ 중 한 명이다. ‘골캉스’는 골프와 바캉스(vacance)를 한꺼번에 즐기는 여행을 아우르는 말이다. 골프계가 올해 처음 이런 패키지를 내놓은 건 아니다. 하지만 주말과 평일, 비수기 성수기를 가리지 않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불티나게 상품이 팔리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코로나19로 국내로 쏠린 골퍼들의 선호 골프여행지와 휴가지가 겹치는 곳이 많아진 때문이다. 한 골프예약사이트 관계자는 “수요가 워낙 많아 상품 기획회의를 매주 할 정도”라고 전했다.

○혹서기에도 ‘불티’ 골캉스 패키지

골프부킹업계에선 이례적으로 골캉스족들을 위한 혹서기 마케팅까지 돌입했다. 골프예약사이트 엑스골프는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골프장들만 선별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경포대 해수욕장이 10분 거리에 있는 강원도 강릉시 샌드파인GC나 주문진 해수욕장이 25분 거리에 있는 메이플비치GC를 판매하며 인근 해수욕장 등을 소개하고 있다. 스마트스코어는 골캉스족들을 타깃으로 한 골프투어 섹션을 따로 운영한다. 리조트와 워터파크, 골프장이 한 데 모여 있는 리조트는 골캉스족들이 좋아하는 인기 여행지다. 강원 속초시 델피노의 경우 골프장(델피노CC)과 워터파크(아쿠아월드)가 한 곳에 있고, 골프장과 온천이 있는 석정힐CC(고창) 등도 골캉스족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다. 설악워터피아가 있는 플라자CC설악(속초)도 마찬가지다.

비행기를 타고 건너가 '해외 여행' 느낌을 낼 수 있는 제주 지역 상품도 반응이 뜨겁다. 특히 숙소에 고급 수영장이 있는 오라CC, 핀크스CC 등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어른들이 오전에 골프를 치는 동안 골프를 치지 않는 구성원들은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다.

○나홀로 골퍼, 노캐디 골퍼도 급증

혼자서 낯선 이들과 조인해 골프를 치는 ‘혼골족’은 코로나19사태 이후 급증세다. ‘혼방족(혼자 노래방 찾는 사람)’,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타인과의 접촉 시간이 적다는 점은 ‘혼골’의 최대 장점이다. 엑스골프에 따르면 2017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온 1인골프 예약자 수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골프 관계자는 “국내에는 일부 6홀, 9홀 골프장을 빼고는 혼자서 라운드를 하도록 허용하는 골프장은 없기 때문에 각자 혼자서 온 골퍼들과 조인을 해서 치는 게 대부분”이라며 “식사나 사우나를 같이하지 않는 게 기본이어서 안전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캐디가 없는 골프장을 찾아다니는 ‘노캐디 골프’의 증가도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다. 캐디피를 아끼면서 타인과 접촉을 줄일 수 있고, 캐디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골프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한림 안성(구 레이크힐스 안성), 블루원용인CC, 일동레이크락가든(포천), 군산CC(군산), 알펜시아700(평창), 스프링베일(춘천), 지산CC(이천), 해비치제주, 힐데스하임(제천) 등이 노캐디 골프의 대표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최근 문을 연 사우스링스 영암은 특히 2인승 카드를 타고 페어웨이까지 들어가 라운드를 즐기는 노캐디 전용 골프장으로 인기다.

시간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반골족’도 요즘 골프계에 떠오르는 트렌드. 9홀만 치고 귀가하는 골퍼들을 가리키는 단어다. 비발디 9GC, 코리아퍼블릭CC, 고양CC 등의 골프장들은 혹서기를 대비해 아예 ‘야간 9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양CC의 경우 저녁 8시35분부터 9홀 티오프를 할 수 있어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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