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2009년 제91회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맞붙은 양용은과 타이거 우즈의 모습이다. 13번홀에서 퍼트를 놓친 우즈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객관적 기량으로 보면 비슷하거나 쉽게 이길 수 있는데도 특정한 사람과 붙으면 맥을 못 추는 경우가 있다. 매번 이번에는 패배의 징크스를 깨뜨리자며 다짐하지만 그를 만나면 뭔가 엉키고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자신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특정 사람에게 나름의 징크스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왕년에 많은 패배를 안겨줬던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향상된 기량에 대한 믿음은 온데간데없고 쓰라린 기억만 되살아나 어느새 그때의 주눅 든 플레이로 되돌아간다. 또는 자신이 형편없이 무너질 때 그가 던진 한마디나 특정한 행동이 뇌리에 박혀 그 사람만 만나면 그때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골프고수들은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지난 경기의 기억은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객관적인 기량이나 전력에서 양용은은 타이거 우즈의 적수가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2009년 8월 PGA 챔피언십 우승 직전 세계 골프랭킹 110위였던 양용은과 타이거 우즈를 같은 저울에 놓고 우열을 따진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타이거 우즈가 지구촌 골프 역사를 새로 써나가는 전무후무한 골프영웅임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양용은이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세계 톱클래스의 골퍼들도 그 앞에만 서면 절절매는 타이거 우즈를 꺾었다. 그것도 메이저 14승을 올리는 동안 4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해 단 한 번도 역전패를 당한 적이 없는 우즈에게 역전패의 치욕을 안기면서.
내로라하는 세계적 선수들도 우즈와 한 조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오죽하면 우즈와 한 조가 되면 우즈의 기에 눌려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우즈 공포증(Woods phobia)'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까. 우즈가 4라운드 때 붉은 티를 입고 나와 승리를 일구어나가면서 ‘붉은 공포(Red phobia)’라는 신조어도 태어났다.
양용은이 두 타나 앞선 타이거 우즈를 물리치고 우승할 수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따라다니는 ‘야생마’라는 별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제주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보디빌더를 꿈꾸다 동네 골프장에서 볼을 주우며 골프를 배운 그는 결코 길들여진 경주마가 아니다.
그에게 초원을 제멋대로 내달리는 야생마의 기질이 없었다면 결코 타이거 우즈를 꺾지 못했을 것이다. 양용은은 골프의 ‘앙시앙 레짐(구질서)’을 거부한다. 그가 살길이다. 2009년 3월 혼다클래식 대회에서도 대기자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리다 간신히 출전기회를 잡은 그가 당대의 강자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야성의 인자 때문이다.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와 수많은 갤러리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펼쳐 결국 타이거 우즈 스스로 무릎 꿇게 만든 비법 또한 기존 체제,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그의 야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예는 프로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더 필요한 자세다.
기존 질서를 부정할 수 있어야 골프가 는다. 왕년에 자신을 혼내준 사람도, 자신에게 골프를 가르쳐준 사람도 부정해야 한다. 왕년에 이기기만 했던 사람 또한 그때의 그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골프를 하면서 맞는 수많은 벽은 고통이자 매력이다. 특히 오르락내리락하는 핸디캡의 벽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자신의 핸디캡을 부정할 때 개선의 길이 열리고 남의 핸디캡을 부정할 때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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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0,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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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특정인에게 주눅 든다면, 벽을 넘으려면…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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