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을 철거해가라고 요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공 예정인 평남 양덕군 온천관광지구에서 현지지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910/26/ffb56a37-1617-4d09-8385-e4f6a9265c04.jpg)
북한이 25일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을 철거해가라고 요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공 예정인 평남 양덕군 온천관광지구에서 현지지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통지
관광은 안보리 제재에 포함 안 돼
중 투자·관광객 끌어들이려는 속셈
미국에 ‘새로운 길 갈 것’ 압박하고
남엔 ‘이산 상봉 중단’ 불사한 강수
시설 철수도, 관광 재개도 어려워
북한이 통지문에서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고 기술한 대목을 두고 독자적인 금강산관광개발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북이 협력해 조성한 금강산관광지구를 북한 주도의 국제관광문화지구로 만들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한국을 배제하겠다는 얘기도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남북 단절로 10년 간 방치된 금강산을 새롭게 북한식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관광문화지구 건설’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의 자본 투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전방위 대북 제재 속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독자노선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신 센터장은 “지난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했을 때 북한에 중국 관광객 200만 명 유치를 약속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는데, 빈 말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전방위적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수년 간 관광을 활용해 숨통을 열어 놓고 있다. 북한을 찾는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통한 외화벌이를 한 덕분이다.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북한 방문 중국 관광객이 120만 명으로 2017년 대비 50% 늘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지난해 방북한 중국인이 1인당 최소 300달러를 사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북한이 관광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수익은 약 3억6000만 달러(한화 4050억원)에 달한다.
이는 시설 철거 통보가 단순한 위협이 아닌 북한이 관광사업으로 제재 ‘탈출구’를 찾는 노력의 일환 임을 시사한다. 북한은 현재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백두산 삼지연군꾸리기건설장,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3대 대표 관광지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 금강산이 자체개발지구에 추가되는 셈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최근 열흘 간 백두산(16일)→금강산(23일)→온천장(25일) 등 관광지를 집중적으로 둘러봤다.
금강산 독자 개발은 미국을 압박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국에 ‘금강산을 보라’는 메시지가 된다. 신 센터장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중국과 협력해 북한식으로 가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봤다. 즉,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처럼 북한은 모종의 결단을 내려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란 의미다. 북한은 이미 새로운 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핵 실험 중단,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의 파기 임을 여러차례 시사해 왔다.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수 요구로 가장 곤란해진 건 한국 정부라는 지적이다. 정부로서는 현대아산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금강산 시설 철수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북한은 철거를 통보하면서 실무적 내용만 문서교환을 요구했다. 정부가 철거에 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북한이 자체 철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의 철거 요구에 이산가족면회소 포함돼 있어 이산가족 상봉도 앞으로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한국 정부를 향해 시설을 뜯어가든지 아니면 관광을 재개하든지 택일을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외 상황상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있다. 시설을 뜯어오면 그간의 대북 투자를 공중으로 날리며 포기한 게 된다. 대북 교류에 나선 민간기업의 재산조차 지켜주지 못했다는 역풍을 맞는다. 반대로 북한과 관광 재개에 나서면 미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미국은 그간 행정부는 물론 의회에서도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여건에 따라 추진한다고 북한과 합의했지만, 비핵화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는 미국의 반대로 보류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의 철거 통첩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시험대에 서게 됐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2019-10-25 15:21:0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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