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와 ‘트로트’(미스터 트롯), 이 두 가지를 모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가족이 모인 식탁에서, 동료와 티 타임을 나누는 자리에서, 그리고 비즈니스 장소에서도 골프와 트로트 소재는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참 세상은 많이 바뀌는 듯하다. 그간 외면받은 골프와 트로트가 이제 대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게 신기하다.
8년 전으로 기억한다. 한때 아이돌그룹 가수로 활약했다는 훤칠한 친구를 만났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기획사 대표가 소개했다. 이 훤칠한 친구는 트로트로 전향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솔직히 트로트 이미지는 아니라고 답했다. 젊고, 잘 생긴 아이돌 출신이 ‘뽕필(트로트 느낌)’을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가 요즘 대세 중의 대세 장민호였다. 장민호는 올해 경연프로그램인 미스터 트롯에 출연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필자 역시 처음엔 ‘장민호가 주류가 될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와 만나 골프를 함께 치고, 사석에서 대화하면서 정감이 갔다. 대화를 나누면서 장민호의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장민호는 진솔했고, 따듯했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배려심이 많았다.
특히 골프를 쳐보면 알 수 있다.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또한 원활한 진행을 위해 뛰어가는 모습을 종종 봤다. 캐디에게도 공손하고 진행에 협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동료 의식을 가지고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참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민호의 기획사 대표는 “참 따듯하고 정이 많아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장민호는 수많은 좌절과 생활고를 겪어봐서인지 대중의 마음을 아는 것 같다. 대중의 희로애락을 알기에 진솔한 노래가 묻어 나오는 것이다.
장민호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겸허한 자세로 골프에 임하며 늘 18홀 내내 어려움과 극복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겸손과 희망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스포츠는 흔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에티켓을 중시하는 스포츠라는 게 골프의 매력이다.
케네스 힐데브란트의 말처럼 보통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 탁월한 신체적 장점과 지적 재능을 지닌 사람보다 더 자주 성공한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그들은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만으로 더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장민호는 드라이버를 잘 쳤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으며, 퍼트하려면 머리를 숙여야 하듯이 항상 겸손과 배려를 등에 업고 살겠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골프는 자만하는 순간, 힘이 들어가는 순간 망친다. 삶도 마찬가지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August 28, 2020 at 08:0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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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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