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유일의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챔피언인 양용은과 한국 골프의 신예 김민규, 가수 이승철. 김지한 기자
“2010년 디 오픈 챔피언십에 갔는데 (양)용은이가 동반자에 비해 티샷 거리가 30야드나 뒤지는 거야. 그래서 용은이에게 ‘드라이버로 치지 왜 우드로 쳤냐’ 그러니까, ‘나도 드라이버로 쳤어요’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하는 거야. 알고 보니 동반자가 장타자 더스틴 존슨이었는데, 당시 무명 선수라 우린 그걸 잘 몰라가지고.”
KPGA 홍보대사 돼 김민규 초청
"경험 못하면 상상할 수 없다
해외로 나가 골프 산업 키워야
마스터스가면 운전기사 해줄 것"
가수 이승철(54)은 3일 양용은(48)과 골프 신예 김민규(19)를 초대해 식사했다. 최근 KPGA 홍보대사가 된 이승철은 “중요한 대회인 KPGA 선수권을 앞두고 투어의 미래를 이끌 젊은 선수들에게 뭐라도 도움을 줘야 할 의무감이 들었다”고 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OST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김민규는 대가수의 초대해 긴장한 듯 뻣뻣했다. 이승철은 그런 김민규를 웃겼다. “나도 골프 실력 나쁘지 않고(핸디캡 4), 핸디캡도 넉넉히 받았는데도 용은이랑 함께 공을 치니까 완전히 박살이 났어. 그래서 라운드 후에 ‘내가 음정 두 키를 내려줄 테니 노래방에서 겨뤄보자’ 해서 용은이를 혼내줬지. 용은이가 골프장에선 멘탈 갑인데 노래방에선 긴장도 하고, 별로야.”
김민규는 “아홉살 때인 2009년 타이거 우즈를 꺾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양용은 선배님의 모습이 기억난다. 나무를 넘겨 친 하이브리드샷, 우승 후 캐디백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모습 아직 생생하다”고 기억했다.
양용은은 “나는 스무살 때 골프 처음 시작했다. 민규 나이엔 골프가 뭔지도 몰랐다. 열아홉에 이렇게 실력이 좋고, 스윙에 군더더기가 없어 앞으로 창창할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 양용은은 그러나 “골프가 항상 잘 되는 게 아니니까 침체 됐을 때 자존감을 갖고, 주위에서 지켜줄 사람도 필요하다”고 했다.
양용은이 힘들 때 지켜준 멘토가 이승철이다.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알게 된 두 사람은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옆에 있었다. 양용은은 “경기가 안 될 때 승철 형에게 위로를 받았고, 사회생활의 ABC도 새로 배웠다. 성적이 나빠도 변치 않고 응원해 준 형이 없었으면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규는 “어린 시절 최경주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양용은 선배님에게까지 귀중한 조언을 듣게 됐다. 한국 골프의 두 영웅에게 영향을 받게 돼 큰 영광”이라고 좋아했다.
이승철은 군산CC오픈에서 우승한 또 다른 신예 김주형(18)도 초대하려 했는데 그는 이번 주 미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같은 기간 열리는 KPGA 선수권으로서는 흥행에 악재다.
이승철은 “경험하지 못하면 결코 상상할 수 없다. 기회가 되면 꼭 큰 무대로 나가야 한다. 잘 되면 가끔 국내 투어에 와서 얼굴을 보이면 된다. BTS가 해외에서 활동해서 국내 음악 시장이 더 커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김민규는 “가장 나가보고 싶고,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마스터스”라고 했다. 그러자 이승철이 “나는 오거스타에 여러 번 가봐서 택시 운전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민규가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내가 따라가서 운전기사 겸 요리사가 돼 주겠다”고 했다.
KPGA 홍보대사로서 이승철은 “한국 남자 골프가 여자에 상대적으로 뒤져 보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리 암울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양용은은 “미국 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7명이다. 우리보다 골프장이 4배 많고 역사도 긴 일본 선수는 2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남자 골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나라이고 앞으로도 더 잘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승철은 “영화엔 기생충, 음악엔 BTS, 남자 골프엔 최경주, 양용은이 있다. 이런 선배들의 성공담도 있기 때문에 골프도 K팝처럼 큰 결실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김지한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ugust 04, 2020 at 08:3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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